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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인왕산 산행(인왕산1코스)

by 여행하고픈J 2024. 10. 7.

2024.10.3. 처음으로 인왕산 정상까지 산행을 했습니다.

등산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나의 발걸음이 부끄러워 산행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2년 전에 인왕산 숲길을 가볍게 트레킹 한 경험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정말 혼쭐났습니다.

 

집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시청에 내려 지인과 약속한 장소로 부지런히 걸어갑니다.

서울시청 건물 외관이 그리 화려한지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시청 정면 외관

 

시청 앞 서울 광장에는 야외도서관 행사 진행을 위해 사람들이 빈백 소파들을 설치하는 중입니다. 

아이 한 명이 빈백에 앉으니 행사 요원이 4시부터 시작이니 그때 오라고 말하는군요.

서울 광장 야외 도서관 행사 준비 모습

 

산행 끝나고 나도 와봐야지 생각했지만 자의식 과잉이었습니다. 

산행이 힘들어 야외도서관 행사 생각은 남아있지 못했습니다. 조금 아쉬워요.

 

조금 걷다보니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을 막 시작하려고 합니다. 

처음 보는 거라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어린 남자 아이가 옛 옷을 입고 북도 치고 수문장 역할을 하는데 귀여워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수문장 교대식 시민 참여 신청을 해서 뽑혔나봅니다. 

덕수궁 대한문

 

지인과 만나 식사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산행 전 배를 든든하게 채워야겠죠.

미쉐린 가이드 5년 연속 선정 <만족 오향 족발> 식당입니다.

 

나는 족발을 처음 먹는 거라 혹시 몰라 족보세트를 시켰는데 보쌈 시키길 잘했네요.

처음 먹어본 족발이 나쁘진 않았어요.

지인 말에 의하면 껍질이 많이 흐물거린 편이라고 합니다. 

심하게 거부감이 생기진 않아 조금 먹어보긴 했지만 아직은 낯선 식감과 비주얼이라 보쌈 위주로 먹었습니다.

 

 

이제 본격 산행을 시작합니다. 

 

돈의문 터에서 시작해서 윤동주문학관으로 내려오는 길이 뷰가 좋다고해서 인왕산1코스로 정하고 걸어갑니다.

 

앞에 여러 명의 어르신들이 걸어가시는데 인왕산 등산을 오신 분들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코스를 잘 모르니 얼른 따라갑니다. 

 

1. 홍난파 가옥

홍난파 가옥은 옛 양옥집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네요. 벽 전체를 덮은 덩굴의 푸르름이 산뜻합니다.

문앞에 가니 국가등록문화유산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날은 인왕산 산행에 초점을 맞춘 첫 도전기라 몰랐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저 집 초인종 누르면 실제로 내부 안내를 해준다고 합니다.

당연히 홍난파 선생 박물관 비슷하겠죠?

평일 11시 개관이라고 하네요.

블로그 글을 쓰면서 또 하나 배웠네요.

 

2. 딜쿠샤

어르신들을 졸졸 따라가다 보니 이색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표지판에 <서울 앨버트 테일러 가옥(딜쿠샤)>라고 되어 있네요. 

딜쿠샤 외관
딜쿠샤 머릿돌과 안내판

 

건물 벽 머릿돌에 "DILKUSHA 1923"이라고 쓰여 있어서 이 건물의 이름과 건축 연도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희미해져서 잘 보이지 않지만 시편 127:1 이라고 써놨다고 하네요.

 

과연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유적지가 된 건물을 남겼을까 궁금해서 블로그 글을 쓰면서 알아봤습니다.

 

명칭은 서울 앨버트 테일러 가옥(딜쿠샤)이고 국가등록문화유산입니다. 

딜쿠샤는 페르시아어로 '기쁜 마음'이라는 뜻으로 앨버트 부부가 살던 집의 이름입니다. 

앨버트 테일러는 조선에서 활동하던 미국의 기업인 겸 언론인으로 활동했습니다. 

1942년 부부가 일제에 의해 강제 추방된 이후에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었다가 다시 국가 소유가 되었는데 정부는 입주민을 그대로 방치하고 입주민들은 임의로 건물을 증개축했습니다. 

2016년에 건립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 공사를 시작해서 2021년 역사 전시관으로 개관하였습니다. 

딜쿠샤는 1920년대 서양식 주택의 구조가 서울의 지형과 기술에 맞추어 적용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3. 권율 장군 집터

그런데 이 동네 심상치가 않네요.

딜쿠샤 바로 맞은편은 권율 장군 집터입니다. 

집터 앞에 오래된 수령의 은행나무가 묵묵히 터를 지키고 있습니다.

보호수네요.

 

보호수 뒤쪽에 있는 쪽문으로 나가니 드디어 인왕산 코스 안내판이 보입니다.

앞서 가신 어르신들 못 만났으면 길 못 찾을 뻔했네요. 

성곽을 따라 걷는 산행코스
가을 정취를 등뿍 안겨준 코스모스와 가을하늘이 반갑다.

 

4. 인왕산1코스

안내 지도에는 일반등산로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게 계속 성곽을 따라 인왕산 정상까지 걸어가는 길인줄은 모르고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산 능선을 따라 성곽을 쌓은 조상들

 

함께 간 지인은 나보다 체력이 훨씬 좋은데 계속 계단이 나오니 힘들다고 합니다. 

저는 계단이든 아니든 힘이 듭니다. 

저기 보이는 산 정상 마지막 구간은 수직에 가까워서 네발로 기어가듯이 올라가야 합니다.

중간에 쉬면서 내려다본 서울의 모습

 

산행 통로가 좁아 내려가는 줄과 올라가는 줄이 만나면 한 줄은 기다려야 합니다.

그 틈에 쉴 수 있어서 좋았지만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뒤에 사람들이 밀릴까 봐 헉헉대며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마지막에는 심장 압박이 심해지면서 토가 나올 듯이 울렁거렸습니다. 

체력이 많이 좋아진 줄 알고 내가 인왕산 트레킹 가자고 제안했는데 아직도 멀었군요.

 

그럼에도 정상에 올랐습니다. 

빠르고 느림의 차이일 뿐 결국 모두가 정상에 오릅니다. 

 

산 정상에 오른 게 처음이라 인증샷을 남기고 싶었어요. 

친구와 함께 가니 멋진 기념사진을 얻게 되어 좋네요.

최고의 순간을 남겨주려고 애쓴 친구야~ 고마워!!

산 정상에서 서울 타워가 보인다.

 

올라갈 때는 힘들어서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기에 내려오면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인왕산은 기다란 산맥을 따라 능선이 이어진 산이 아니라서 짧은 구간에 오르내려야 하기에 높지 않지만 경사가 심해 초보인 저한테는 힘들었습니다.

인왕산 높이는 해발 338m입니다.

 

정상까지 등반한 첫 산행을 스스로 축하하며 포스팅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