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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역사와 함께 떠나는 트레킹(서울 중구)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약현성당,손기정기념관,백범광장공원,한양도성유적전시관

by 여행하고픈J 2024. 10. 19.

2024.10.9. 한글날 역사 트레킹을 다녀왔습니다.

 

지인으로부터 역사 트레킹에 함께 가겠냐는 제안에 기쁜 마음으로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1.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이번 트레킹의 시작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입니다.

서소문 역사공원에 도착해서 안으로 한참을 들어가도 박물관이 안 보입니다.

알고 보니 지하에 있었어요. 

 

박물관을 지하에 지은 까닭은 이곳이 바로 한국 최대의 순교성지이기에 그 의미와 무게를 상징하기 위해 지하 문화 공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2019년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받은 곳으로 건축 디자인으로도 유명한 곳이라고 합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길은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느낌입니다. 

양쪽 벽을 다르게 만들어 대비를 이루고 

글씨가 새겨진 벽은 울룩불룩하게 만들었는데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여 그 자체로 멋스럽습니다.

 

 

"달은 져도 하늘에 그대로 있고, 물은 솟아올라도 못에 남아 있다. "

조선 최초의 천주교 세례자인 이승훈 순교자가 남긴 말이라고 합니다. 

 

이 분은 청나라에서 세례를 받고 귀국하여 천주교를 전파하였는데 

그로 인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선교사의 선교활동 없이 천주교를 받아들인 유일한 국가라고 하네요.

 

이 길을 지나 진입광장인 <빛의 광장>에 들어서면 커다란 조형물이 우뚝 서 있습니다.

순교자의 칼

 

처음에는 탑인가? 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아래에 밧줄이 엉켜 있어요.

조선시대 죄인들의 목에 씌웠던 칼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땅을 뚫고 나와 하늘로 치솟는 작품의 형태는 순교자들의 기개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지하 2층에는 <성 정하상 기념경당>이 있고 그 옆에 여러 사람의 흉상이 있는데 모두 정씨입니다.

정하상과 가족 순교자들이며 마지막에 있는 인물은 익숙한 이름입니다. "정약종"

그 유명한 정약용의 형이죠. 

정약종 흉상

 

지하 3층에는 <하늘 광장>이 있습니다.

가장 아래에 위치한 곳 이름에 하늘을 붙인 것이 독특하네요. 

이 또한 순교자들의 영광을 기리기 위함일 것입니다.

실제로 상부가 개방되어 있어 하늘과 연결되는 느낌을 줍니다.

 

하늘 광장

 

하늘 광장에 서 있는 조형물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듯이 처형당한 순교자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수많은 순교자의 모습을 보니 절로 엄숙해집니다.

 

상설전시관에서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아는 또 한 명의 위인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안중근 의사가 쓴 글자입니다.

안중근 의사 유묵

 

"경천" 하느님을 공경하라는 의미로 안중근 토마스가 뤼순 감옥에서 사형 집행을 당하기 전에 썼다고 합니다.

글씨도 참 잘 쓰셨네요. 

글씨가 반듯하면서도 힘찬 기개가 느껴집니다.

넷째 손가락이 잘린 안중근 의사의 손바닥 도장이 글씨와 함께 결연해 보입니다.

 

2. 약현성당

 

1892년에 준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벽돌집 성당입니다.

프랑스와 통상조약으로 성당을 지을 수 있게 되자

한국 천주교는 순교자들의 넋을 기리고 정신을 본받기 위해

많은 신자들이 순교한 서소문 성지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을 매입해 성당을 세웠는데 

그곳이 약현성당입니다.

 

명동성당을 설계한 프랑스인 코스트 신부가 설계하여 명동성당보다 규모는 작지만 명동성당 설계의 핵심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출처 : 나무위키)

 

고딕 양식 건축물의 특징이 입구와 창문의 아치형이라고 합니다. 

고딕 양식은 건축 자체가 어렵다고 하네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건축 기술이 뛰어난 나라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신라 시대 불국사의 청운교, 백운교의 아치 구조는 독특한 건축 기술이라고 예전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 SNS에서 본 대한민국이 건설한 세계 건축물들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집니다. 

 

약현성당에서 발견한 또 다른 사실은 여기가 <열혈사제> 드라마 촬영지라는 것입니다.

제가 재밌게 봤던 드라마라서 장소들을 다시 찬찬히 둘러보게 되는군요.

 

 

3. 손기정기념관

손기정기념관은 옛 양정고등보통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2012년에 개관하였습니다.

2012년은 손기정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손기정 선수가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당시 양정고등보통학교 5학년 학생이었습니다.

(출처 : 서울 중구청 블로그 "손기정기념관이 왜 중구에 있을까?)

기념관 1층 입구

기념관 바닥이 달라기 트랙입니다.

아이디어 좋네요.

 

입구에서 바라본 첫 만남이 

손기정 선수 우승 당시 월계관을 쓴 사진입니다. 

우승했는데 표정이 참 슬퍼 보입니다.

 

사진 옆에는 손기정 선수 사인과 "나는 한국인이다!" 문장이 쓰여 있습니다.

이 말이 주는 진정성과 깊은 울분을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왼쪽)손기정 선수가 썼던 월계관과 이름표 (오른쪽)고대 그리스 청동투구
세계인 손기정

 

<세계인 손기정>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손기정은 마라톤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운 기록자일 뿐만 아니라 자기 삶의 기록도 꼼꼼하게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보낸 편지, 메모지, 우표 하나까지 차곡차곡 수집하고 정리했다."

 

기념 단체 사진에서 다른 선수들은 모두 운동복이나 단체복을 입고 있는데

손기정 선수만 사복을 입고 있습니다.

이상하죠? 

그것은 운동복에 일장기가 그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손기정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할 때 일장기를 붙이고 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상대에 올라가서 월계수 묘목으로 일장기를 가리고 있네요. 

사진 출처 :경향신문

 

같이 시상대에 오른 동메달을 딴 왼쪽 선수 역시 한국의 남승룡 선수라고 합니다. 

그 당시 일제가 어떻게든 일본인을 국가대표로 보내려고 안간힘을 썼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2명이 대표로 나갔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남승룡 선수는 회고에서

"손기정이 1위를 한 것이 부러운 게 아니라 월계수로 일장기를 가린 게 부러웠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두 선수 모두 기쁘고 환희에 찬 얼굴로 서 있어야 할 시상대 위에서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 당시 일본 이름으로 출전했지만 

한글 이름으로 자필 서명한 노트도 있었습니다.

 

자료를 찾다가 한글 서명과 관련된 유퀴즈 영상을 봤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ygW7zuUV08

 

손기정 선수가 말하고 싶은 진실, "나는 한국인이다."

일본이 온갖 만행을 저지르던 일제강점기 때 이렇게 당당하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니 

신념과 용기가 대단하신 분입니다.

 

손기정 옹의 평생 소원이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손기정으로 기억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출처 :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국제 올림픽 위원회는 출전 당시의 국적을 변경해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전히 일본 국적, 일본 이름으로 남아 있어 돌아가실 때까지 얼마나 한이 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신 I.O.C. 약력에 당시 일제 강점기 시대였다는 것과 창씨개명을 강요받아 일본 이름으로 출전한 배경을 설명하고 한국 이름이 손기정이라는 것을 명시했다고 합니다. 

 

또, 구글 영문 사이트 검색에서 손기정 선수를 일본 이름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2019년에 비로소 " Sohn Kee-chung"으로 표기되도록 구글이 시정을 했습니다.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가 지속적으로 항의 요청을 해 얻은 결과라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2019-04-03)

 

기념관 밖에는 울타리 안에 큰 참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손기정 선수가 올림픽 1위로 받은 월계수 묘목을 가져와 심은 것입니다.

참 잘 자랐네요.

 

 

4. 백범광장공원

남산 근처에 이런 공원이 있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공원으로 올라가는 길. 가을을 맞이하는 억새가 반갑다.
공원에서 바라본 서울타워
한양도성 성곽으로 둘러싸인 공원
전망대를 올라가서 친구와 함께 찰칵!

 

공원에서 조금만 가면 안중근의사기념관이 있는데 휴관이라 관람하지 못했습니다.

 

5. 한양도성유적전시관

그 옆에는 한양도성유적전시관이 야외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한양도성 유적전시관에 있는 성벽은 여러 세기에 걸쳐 축성되었기에

시기별 축성양식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태조(14세기), 세종(15세기), 숙종 이후(18~19세기)에 쌓았던 부분들이 하나의 성벽을 이루고 있으며

후대로 갈수록 반듯한 돌을 만들어 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백범광장공원에서 도성유적지로 가는 길에 성곽이 무너져 끊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이는 일제가 신궁을 세우기 위해 고의적으로 부수었기 때문입니다. 

최대 규모의 조선신궁 배전 터가 남아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역사입니다.

 

트레킹을 마무리하고 내려오면서 한양공원비를 보았습니다.

비석의 전면 글씨는 고종의 친필이라고 합니다.

 

한양공원비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지만 

일부러 찾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한강공원은 기록에 없기 때문에 

이 비석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가 없다고 합니다.

 

다만 서울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이 1908년 남산 기슭 30만 평을 무상임대받아 위락시설을 조성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1910년 공원 입구에 표지석을 세웠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즉, 일본에서 건너온 일본인 가족용 놀이터를 조성했고 비석의 정체는 표지석이라는 거죠.

(출처 : 서울신문, 2017-06-28)

 

일제는 공짜로 얻은 땅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조선신궁을 지으려고 무성하던 소나무를 송두리째 뽑고

한양도성 성곽마저 훼손시켰습니다.

 

한글날에 한 역사 트레킹이라 그 의미가 더욱 깊었습니다.

다음 역사 트레킹도 기다리며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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